머리글
이동휘 목사(바울선교회 이사, 전주안디옥교회 선교목사)
광풍에 밀려가던 여객선이 먹잇감을 흘린다. 꿀꺽 삼킨 대형 물고기는(욘 1:17) 사흘 내에 도달하라는 높은 분의 신호를 받았다. 가장 빠른 돛새치 물고기의 시속 110㎞를 따를 수는 없어도 혼자 탔으니 특실에 모신 것이다. 드디어 두 밤을 새워 토해낸 지점은 니느웨 성에서 그리 멀지 않은 땅이다. 들은 소식으로는, 그 먹잇감은 살아서 니느웨 성을 회개시킨 선지자 요나란다. 그곳에 가기 싫어 도망쳤으나, 내 뱃속에 눕혀 강제 이동을 당한 것이다. 선교사를 실은 함선이 되고 항공료를 책임진 셈이다. 그분의 묘책에, 깔깔~깔 함박웃음을 피웠다.
어느 날 하품하는(?) 사이에 동전 하나가 뚝 떨어져 입안에 붙는다. 노동자의 이틀 품삯인 한 세겔 큰 돈이다. 횡재다. 세상에 이럴 수가? 그날은 행복이 쌍으로 오는 날일까? 잠시 후 묵직한 것이 뚝 떨어진다. 잽싸게 물었다. 그런데 웬걸! 낚시에 걸린 것이다. 그런데 그 낚싯대를 잡은 이는 친숙한 분이시다. 갈릴리 바다 출신인데 왜 모를까? 내 입을 연다. 돈을 꺼내시면서 고맙다! 하신다. 주인께로 가서 예수님과 자신 베드로를 위한 반 세겔 속전(성전세) 헌금을 내신 것이다.(마 17:27) 나도 헌금했다? 까르르~ 까르르 킥킥 웃었다.
어느 날 긴박한 소식이 전달된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웬일일까. 초저녁에서 아침까지 꼼짝 않고 고개를 푹 숙였다. 수십 번 내리는 그물에 한 마리도 걸리지 않았다.(요 21:3) 베드로는 푹푹 한숨만 쉰다. 예수님이 돌아가신 후 실망에 빠진 제자들이 옛날 어둠의 삶으로 돌아가려는 길을 꽉 막아버린 것이다. 우리의 동맹은 결국 그들을 주님께 붙어있도록 묶어버렸다. 충성의 할당량을 차곡차곡 채워가는 기쁨의 순간들이다. 역시 웃었다. 히히히~하하하.
주인으로부터 한곳에 모이라는 특명을 받았다. 좀처럼 가지 않는 깊은 곳이다. 동네 물고기들이 떼 지어 모였다. 순간 넓은 그물이 우리를 덮쳤다.(눅 5:4) 그러나 기뻤다. 엄마 품에서 태어나서 성어가 되는데 5%만 생존하고 모두 몰인정한 큰 고기 떼들에게 삼키는 우리 신세인데, 베드로의 품에 안겼기에 그저 좋았다. 또 한 번은, 배 오른편으로 집결 명령을 받았다. 역시 베드로의 그물에 걸려 예수님의 밥상까지 올랐다. 무려 153마리다.(요 21:6) 두 번 다, 주인님의 명령을, 베드로와 우리 다 같이 복종에 따른 풍요로움이었다. 싱글벙글, 때깔 나게 웃었다.
5천 명을 먹이실 때다. 주인님은 우리 자매 둘을 불렀다. 4천 명을 먹이실 때는 형제 두엇을 역시 불렀다. 떡 다섯 개와 두 마리 생선만 가지고 오천 명을, 저쪽에서는 사천 명을 먹였다. 예수님의 손에 들린 순간 일어난 기적이다. 통 큰일을 해낸, 격한 감동! 으쓱으쓱, 호호호 웃었다.
우리의 명칭은 한국어로는 물고기다. 당시 세계가 사용하는 헬라어로는 ‘익투스’다. 5개의 글자로 만들어진 이름이다. 그 단어의 첫 글자들은 세상을 뒤흔드는 글이다. 익투스(ΙΧΘΥΣ)!
Ιησoυs (예수스, 예수) Χριστοs (크리스토스, 그리스도) Θεοs (데오스, 하나님) Υιοs (휘오스, 아들)
Σωτηριαs (소테리아스,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아들이시요, 우리의 구원자다."
이 진리를 목에 감고 동해에서 서해로, 남해에서 북극해로 헤엄쳐 다니며 상큼한 소식을 고루 전달한다. 초기 300년 역사에 기독교 상징이 익투스로 결정되었을 때는 바다의 익투스들이 벌떡 일어나 함성을 질렀다. 골백번 죽어도 묵묵만 하던 이들이, 자갈 자갈~ 너털웃음을 호탕하게 웃다 보니 화가들의 그림은 언제나 입 벌린 모습이다. 누가 우리의 입을 다물게 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