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행사
제18회 전체선교사수련회를 마치고
글•이0찬 선교사(중동 A국)
선교지에서 첫 2년을 보내면서 저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믿었던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영적 침체와 탈진입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저의 내면세계에 일어났습니다. 무척 당황스러웠습니다. ‘왜 나에게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무렵, 바울선교회로부터 전체선교사수련회 콜링이 왔습니다.
다시 찾은 만경 바울선교센터는 어느덧 제 마음에 영적 고향이 돼 있던 모양입니다. 남루하지만 올곧게 옷 입은 만경 바울선교센터의 자태는 꼭 수도사를 닮아 있는 듯했습니다. 그곳에 들어와 숨을 쉬니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영성 생활의 향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지요. 이슬람의 영으로 가득 찬 땅에서 성령으로 충만한 곳으로 돌아오니, 기억 한편으로 잊어버리고 있었던 영적 갈증과 감동이 다시 일렁거렸습니다.
4박 5일 동안 전체선교사수련회를 함께 하면서 참 행복했습니다. 어떤 프로그램이나, 강사님 때문이 아니라 수련회 내내 흐르고 있었던 맑은 영성, 맑은 선교, 맑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맑은 영성을 만났습니다.
수련회 새벽마다 선포된 이동휘 목사님의 말씀은 선교지에서 조금씩 케케묵어 있던 내 마음의 영성을 맑게 씻어 주었습니다. 최전방 선교지에서 조금씩 영성이 소모되는 것은 저만의 일일까요? 예수님처럼, 바울처럼 살리라고 외쳤던 기세가 조금씩 자신을 잃어가는 것도 저만의 일일까요? 그렇게 먼지가 쌓이고 흐트러진 내 마음의 영성을 새벽 메시지를 통해서 맑게 씻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해서는 아니되겠도다!”(왕하 7:9) 쩌렁쩌렁하게 외쳐진 메시지는 저의 부끄러움 모습을 화들짝 놀라 회개하며 결단하고 또 결단하는 일침이 되었습니다. 마치 선교지에서 보냈던 저의 형편없는 생활을 보시고 하시는 말씀 같았습니다. 잘못을 깨닫도록 탕자를 타이르는 듯, 바른길로 돌아오도록 견책하고 호통치는 듯, “이렇게 해서는 아니 되겠도다” 하시는 말씀이 들려왔습니다. 또한 선교사는 반드시 성장해야 한다고, 더 높은 곳으로, 더 깊은 곳으로 가야 한다고 탄원하시는 이동휘 목사님의 목소리에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부끄럽고 염치가 없어 눈물로 마음을 씻었습니다. 그 새벽 시간은 참 맑았습니다. 맑은 영성이 있었습니다.
저는 맑은 선교를 만났습니다.
바우리 7대 정신과 믿음선교에 대해서 나누면서 어쩜 이렇게 좋은 선교회가 있을까, 감탄했습니다. 바울선교회에 들어오기를 참 잘했노라고,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라고 아내와 함께 나누기도 했지요. 선교는 맑아야 합니다. 결과와 비교 의식에 함몰돼 아름다운 삶과 과정을 희생해서는 안 됩니다. 바울선교회는 7대 정신과 믿음선교의 원리, 거기다가 수도사적 영성을 더해 맑은 선교를 하라고 격려합니다. 곁길로 빠지지 말고, 요행은 아예 바라지도 말라고 가르칩니다. 선교는 맑아야 제맛이라고 합니다. 바울선교회에 들어오면서부터 많이 들었던 말씀이지만, 듣고 또 듣고 싶은 말씀입니다.
저는 맑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세상에 이런 사람들은 또 없습니다. 전체 수련회를 위해 이사님들, 본부 선교사님들, 간사님들, 또한 식사와 간식으로, 커피로 섬겨주신 성도님들까지 셀 수 없는 손길의 헌신과 봉사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자신을 뽐내거나 내세우지 않습니다. 그들의 수고는 다 숨어버렸지만 누구도 실망하지 않습니다.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우리 바우리 선교사님들 어떤 분들인가요! 숙소 안에서 서로 좋은 자리를 양보하는 모습, 제 아내의 손에서 유모차를 낚아채 끌어주시는 모습, 서로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모습, 앉으면 예수님 이야기, 선교 이야기! 너무 맑은 분들이라 어울리는 것만으로도 절로 저까지 맑아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모든 바우리 선교사님들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수도사와 같이 정숙하게 옷 입은 만경 바울선교센터를 떠나면서 내 마음이 변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약골로 들어왔던 내 마음이 장부처럼 부풀어 돌아갑니다.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가 기도하며 살리라, 영성 생활의 향기를 뿜어내리라 결단합니다. 나는 구원 선생이요, 성경 선생이라! 천국은 가득 차고, 지옥은 텅텅 비게 만들라는 사명을 위해 다시 최전방으로 나아갑니다.
저와 같은 마음으로 이제 500여 바우리들이 전진합니다. 선교는 완성될 것이고, 우리 주님은 곧 다시 오실 것입니다. 맑은 영성, 맑은 선교, 맑은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갑니다. 그 땅에서 저도 그렇게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