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행사
제10회 선교전주대회를 마치고
글•이진 선교사(세네갈)
철없이 선교지 이상만을 가지고 선교사가 되고 싶었던 제가 선교사가 되었습니다. 부름을 받은 선교사의 삶이라는 이상이 현실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많이 아프고, 단련되어 왔습니다.
이번에 한국에 들어올 땐 많이 지쳐서 들어왔던 것 같습니다. 한국에 의미 없이 그냥 왔다 그냥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 선교전주대회 조장도 남편을 대신해 제가 섬기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2년여 간의 맡겨진 다기능센터 사역을 하면서 그분 앞에 울기도, 질문도, 투정도 부리던 우리의 시간을 한국에 와서 몇몇 장의 사진으로 함께 나누는 시간이 그저 가슴 먹먹하기만 했습니다. 하나님과 우리 가정만 아는 비밀 상자 같은 시간들, 부끄럽기도 하고 많이 벅차기도 했던 시간들을 돌아보니 하나도 제 모습이 보이진 않네요. 돌아보니 주님이 하신 것이었고 돌아보니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엠케이들을 위해 때때로 도시락을 만들고, 공항으로 손님들 픽업을 다니고, 센터를 청소하고 정리하고, 선교사님들 필요한 것을 준비하고, 음식이라곤 할 줄도 몰랐던 제가 몇십인 분의 음식을 하고 이 모든 것들을 선교사역이라고 해도 될까?...
여전히 저에겐 선교가 이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8년여간 선교지에서 느꼈던 것을 이번 선교전주 조원들과 함께 나누었습니다. 선교는 무엇일까. ‘선교는 삶, 생명 있는 일상’이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눈에 보여지는 사역만이 선교지의 삶이 아님을 압니다. 각자의 삶에서 이끌어가시는 그 일들이 내게 맡겨주신 아버지의 일인 것임을, 그저 맡겨진 임무와 맡겨진 지역이 다를 뿐이란 것을 깨닫게 됩니다. 어떤 사람은 남고, 어떤 사람은 옮기고, 어떤 사람은 떠나고... 자유로워 보이지만 결코 무질서하지 않는 길. 생명의 주님이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길. 이 길이 선교사로 부름받은 삶임을 다시금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한국에 들어와서 아이들 데리고 부산 롯데월드에 갔습니다. 각 나라 난타 공연을 해주는데, 너무 즐겁게 그 공연을 보다가 문득 떠오른 한 말씀이 뇌리를 스치는 바람에 박수치던 제가 울어버렸습니다. 예전에 청년 때 이동휘 목사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이었습니다. 정확한 문장이 기억나진 않지만, 우리가 누리는 문화생활을 50%로 줄이라고 성도님들에게 말씀하셨던 것 같습니다. 선교사님들은 한국에서 누리는 문화생활을 누리지 못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유난히 공연을 보는 것을 좋아하던 저였는데 어느새 제 삶은 크게 찬양도, 소리 높여 기도도 없는 일상들이었더라구요. 한국 들어와서 관중 하나 없는(퀄리티 높은?) 롯데월드 공연을 보던 중 그 말씀이 생각나는데 어떻게 목사님은 선교사의 삶을 그렇게 세밀히 아셨을까... 그게 감동이 되어서 많이 울었습니다.
선교사의 삶, 아무도 가라고 등 떠미는 사람 없고, 가지 않는다고 비난할 사람도 없는데 그 나라에서 어서 오라고 웰컴하는 것도 아닌데, 그런데 부르심을 받은 사람은 알지요. 내가 그곳에 가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부르심을 주신 주님도 아십니다. 내가 하는 일이 화려하지 않아도, 보란 듯한 일이 아니어도, 부르심을 받은 사람은 압니다.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이 신비하고 독특한 부르심이라는 정의가 제 안에 성립되기까지 계속 하나님은 저를 훈련시키시는 것만 같습니다.
OMOC에서 훈련생 때 이승일 원장님께서 들려주셨던 셜리 크로우의 ‘나를 바꾸소서’를 자주 읽었습니다.
사랑하는 주님, 당신을 위해 지는 십자가를
때때로 내가 불평한다면
내 어깨에 십자가 단단히 메시고,
대신 내 손 잡아 주소서.
십자가를 바꾸지 마시고 나를 바꾸소서.
사랑하는 주님, 만약 나를 기쁘게 하시기 위해
주의 길을 바꾸신다면
나 곧 차갑게 식어 당신에게서 돌아서리니
사랑하는 주님, 내 기도를 들으사
당신의 길을 바꾸지 마시고 나를 바꾸소서.
언젠가 주의 얼굴을 뵙기 위해
내가 건너야 할 골짜기가 있으니
그렇지 않으면 당신께 어떤 권능이 있는지 잊을까 두렵습니다.
주여, 골짜기를 바꾸지 마시고 나를 바꾸소서.
이상의 삶에서 생명 있는 일상으로 매일 살게 하시고, 부르신 사명으로 주님께 속삭이는 일상을 주시는 내 아버지를 찬양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