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말아 주시오
이인숙 선교사
올여름, 참 난리 난리였소.
물난리, 불볕 찜질 더위에
애써 가꿔온 채소들은 녹아 썩어 버렸고
안식처가 되어야 할 방은 진흙으로 이불을 깔고
비싼 돈 들여 산 살림살이는 고물로 변했소.
어찌 난리가 이것뿐이었겠소.
나라가 나라를, 민족이 민족을
그 참혹함은 차마 입에 담기도 민망할 따름이오.
끝까지 견디며 열매를 맺은 몇몇 채소들이
참 대견스러웠소.
상처투성이 못난이었지만 마지막 소망처럼 빛이 났소.
올여름, 열방의 치열한 영적 전쟁에
지치고 지친 그대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대단한 일이었소.
녹아내린 가슴 속에서 쏟아내는 그대들의
한 맺힌 울부짖음은 하늘 문을 여는 희망이었소.
복음의 용사들이여!
그대들이 있어 이 땅은 아직 소망이 있다오.
그대들의 포기가 있기에 죄악으로 덮인 이 땅은
아직 포기할 수 없다, 하시오.
그대들의 지친 모습은 한없이 가엽지만
그대들이 있어
아직 살맛 나는 세상에 살고 있음을 감사하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말아 주시오.
주님 오시는 그날에 두 손 들고
“마라나타!” 외치며 앞장서는 용사가 되어 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