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 간증
시에라리온 정착기
김두향/최철호(최수현, 수빈, 사라) 선교사
안녕하세요? 저는 바울선교회 40기 김두향 선교사입니다. 세 딸 수현, 수빈, 사라와 남편 최철호 선교사와 함께 작년 7월부터 아프리카 대륙의 서쪽 끝에 작은 나라, 시에라리온(SIERRA LEONE)에서 살기 시작했습니다.
대학 때부터 기대하던 선교사로서의 삶은 기대와는 다른 현실이었습니다. 처음 이 낯선 땅에 들어와서 보았던 풍경들은 가난하고 지저분한 모습이었습니다. 시에라리온 살기 첫 주에 저는 ‘하나님 왜 이곳에 보내셨나요?’ 하고 계속 물었습니다. 불순물 가득한 수돗물, 시도 때도 없는 단수로 그 물마저 제대로 쓰지 못하고, 전기는 하루에 두세 번, 서너 시간씩 나가고…
한국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척박한 환경에 눈물이 흘렀습니다. 소매치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외출 한 번 할라치면 온 신경이 곤두서고, 세 아이를 챙기느라 파김치가 되어 돌아오곤 합니다. 한 번은 남편은 쉬고 싶어 하고, 아이들은 나가고 싶다 하여 용기를 내어 세 딸과 함께 외출하기 위해 집 밖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5분도 지나지 않아서 어떤 차가 저희를 세우며 이민국 직원이라고 하면서 거주증을 보여 달라, 남편은 어디 있냐 하며 추궁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동네 한 바퀴 도는 터라 거주증도 여권도 챙겨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 이민국 직원들이 남편을 만나고 나서야 돌아갔습니다. 남편이 없으면 외출도 할 수 없는 내 신세가 참 가련하게 느껴졌습니다.
저희 가정은 안식년 중이시던 선배 선교사님 집에서 한 달 정도를 머물며 집을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3주 동안 부지런히 다니면서 열 집 이상을 찾아보았습니다. 처음 계약을 하려 했던 집은 현지 에이전트가 중간에서 임대료의 일부를 가로채려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에이전트가 집주인과 직접 이야기 나누지 못하게 하던 것을 이상히 여긴 남편은, 다음 날 혼자서 집주인을 만나서 이야기한 후 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이 사기를 당하지 않도록 지켜주신 것이 감사했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저희 가족이 살기에 딱 알맞은 곳입니다. 남편은 병원 정기검진을 위해 6개월에 한 번씩 한국을 방문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와 세 딸만 있어도 안전한 집을 얻어야 했습니다. 소음과 매연 탓에 아쉬움도 있지만 대로변 집 2층이라 어느 정도 안전합니다. 그래서 지낼수록 가장 알맞은 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의 일과는 새벽 5시 반에 시작됩니다. 새벽기도 하는 거냐구요? 그러면 좋을 텐데요… 이곳 학교들은 급식이 없습니다. 도로 사정 때문에 7시에는 출발해야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새벽에 일어나 세 아이의 도시락과 간식을 준비하고, 아이들을 깨우고, 학교에 보낼 채비를 합니다. 남편이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돌아오면 남편과 함께 한 숨을 돌리고 차 한 잔의 여유를 가집니다. 그리고 함께 큐티를 하고 현지인 대학생 친구 제임스와 한 시간씩 영어 공부를 합니다.
오후에는 제가 아이들을 데리러 학교에 갑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집에 오면, 몸을 씻게 하고, 교복을 빨고, 학교 공부를 봐줍니다. 하루 1~2번 남편과 함께 수동세탁기(양동이로 물을 부어주어야 해서 남편이 꼭 필요합니다.)로 빨래를 돌리고, 남편은 아이들의 교복을 다림질합니다. 이곳은 외식문화가 발달하지 않아서 거의 집에서 밥을 먹습니다. 식사 준비로 분주하지만 가족들이 차리는 일, 치우는 일, 설거지를 도와줍니다.
저녁 식사 후 뒷정리를 마치면, 한자리에 모여 가정예배를 드립니다. 가족들이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인도자가 되고 함께 찬양하고, 말씀을 읽고, 느낀 점을 나누고, 기도하는데 이 시간이 참으로 귀합니다. 주말이면 보드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보기도 합니다. 하나님이 저희 가족을 위해 예비해 두신 가까운 해변에 나가 바람을 쐽니다. 시에라리온 살기에 익숙해지면서 사람들이 보이고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곳 사람들을 더욱 이해하고 사랑하기 위해 오늘도 성실하게 언어를 공부합니다. 이곳에서 매일 하나님을 예배하고 그분이 시키신 일을 잘 감당하도록 계속 기도해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