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선교사 간증
기니 정착기
지은선/변성철 선교사(기니)
언어훈련 기간을 합쳐도 이제 3년 된 초보 선교사인 내게 사모 간증을 하라고 하셔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사실 나는 '아내 선교사'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본 적이 별로 없다. 결혼 10년 차지만 하나님께서 아직 아이를 주시지 않아서 아이가 있는 분들에 비해 모든 활동에 별다른 제한이 없다. 언어학교도 남편과 함께 다녔고, 지금도 남편과 똑같이 대학교에 나가 전도를 하고 현지인들을 사귀고 집안일도 같이 한다. 종종 내게 사모님이라는 호칭을 쓰시는 분들이 있는데 남편이 오히려 '저희 단체는 훈련받을 때부터 서로가 그냥 선교사로 불러요'라며 호칭 정리를 해준다. 그래서 아내 선교사라고 해서 더 특별하거나 더 힘들거나 하는 것은 없는 것 같다. 내게 아내 선교사의 정의는 그냥 남편과 같은 선교사다. 기니를 향한 하나님의 꿈에 함께 하자고 초청된 자, 하나님의 그 초청에 기쁘게 아멘으로 응답한 자다.
바울선교회에 들어와서 훈련을 받으며 처음으로 교회에서 선교사라고 불렸을 때나 지금이나 이 호칭은 참 익숙하지 않다. 중학생 때 선교사로 헌신하면서 수도 없이 나는 선교사가 될 거야! 라고 했을 땐 몰랐는데 막상 내가 진짜 그 호칭으로 불리게 된 지금에서야 나는 그것이 주는 묵직한 무게감을 느끼고 있다.
기니에 온 지 1년이 다 되어 간다. 언어훈련을 타국에서 했기에 '내 선교지'에 대한 남다른 애틋함으로 시작한 처음의 마음은 어디 갔는지 벌써 선교의 허니문이 끝난 느낌이다. 아프리카 내에서도 열악한 이곳의 환경의 불편함, 만나서 차 한잔 마시며 마음을 나눌 한국 선교사들이 없는 외로움, 우리를 돈으로만 보는 현지인들을 만나면 느껴지는 이방인의 씁쓸함, 이해되지 않는 이들의 생각과 행동에 답답한 마음과 그런 이들에게 어떻게 복음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는 막막함, 무엇보다 가슴이 아픈 건 하나님의 사랑을 나누겠다고 왔는데 정작 이들을 향한 사랑 없는 내 마음이었다. 사랑이 없는데 이 모든 것이 무슨 유익일까…. 선교사라는 호칭만 가진 외식하는 자는 아닐까….
그러던 며칠 전, 부엌 구석에서 봉지에 싸인 감자 한 알을 발견했다. 이 감자로 말하자면 작년 크리스마스 전날, 저녁에 현지교회 행사를 다녀오는 길에 칼 든 강도를 만나고(하나님의 간섭하심으로 다행히 큰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며칠 동안 그 일이 마음에 남아 밖에만 나가면 한낮에도 늘 긴장하면서 지내던 때, 하나님이 내게 보내주신 감자다. 누가 봐도 딱 하트모양 감자! 그때 나는 이 감자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과 위로를 느꼈었다. 마치 하나님이 '사랑하는 내 딸아, 내가 널 사랑한단다. 너 혼자 아등바등 안 해도 돼. 그리고 난 사랑하는 내 딸이 나의 사랑으로 기니 사람들을 사랑해주면 좋겠단다'라고 하시는 것 같았다. 그런 특별한 감자를 6개월이나 지나서 다시 발견한 것이다. 신경 써서 잘 보관한 것도 아니고 그런 게 있었었나 할 만큼 잊고 있었는데 습도가 높은 이곳에서 감자는 싹이 조금 났을 뿐 썩지도 않고 잘 보관되어 있었다. 그 감자를 보면서 잊고 있었던 하나님의 마음이 떠올랐다.
'나의 부름에는 후회가 없단다. 나를 믿고 힘내렴. 사랑하는 내 딸 은선아!'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참으로 다정하신 우리 아버지시다.
그렇다. 나는 하늘 아버지의 사랑으로 오늘도 기니에서 살아가고 있다. 여전히 연약하고 부족한 내 삶이지만 아버지의 부르심을 붙들고 사랑을 연습하며 믿음으로 나아간다.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