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바우리 연구보고서
Troubles of Mission Agency at Transition Period of World Mission
소영섭 선교사(바울선교회 선교연구소장, 나우미션 부대표)
전환기의 사전적 정의는 사회가 다른 방향이나 상태로 바뀌는 변화의 시기이다. 이러한 변화가 급하게 진전이 되어 사람들이 변화의 시기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때로는 그 변화가 서서히 누적되어 느끼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엔가 이미 변화가 되었음을 알고 당황하는 순간이 전환기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지금 시점은 선교 전환기라고 할 수 있다. 많은 변화들 앞에서 교회와 선교사 그리고 선교 단체들이 과거의 경험과 달라서 당황하기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를 고민하는 것을 보아도 지금은 전환기이다. KMQ가 2015년 가을호를 통해 “한국교회 선교 패러다임에 대한 진단과 전망”, 2017년 겨울호에선 “최근 5년간 한국 선교의 동향 분석과 발전적 제언”이라는 특집을 실은 것도 지금이 한국 선교의 전환기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혹자는 한국 선교사들의 증가 폭이 현저히 줄어들었다가 최근 다시 증가하고 있는 근래의 시점을 한국 선교의 변곡점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변곡점이라는 표현도 전환기를 의미하는 단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의 시기에 그 변화를 따라가야 하는 주체인 선교 단체는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필자는 이 고민이 무엇인지 글을 써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고민과 그에 대한 대책은 학문적인 영역이라고 보기보다는 주관적이고 경험적인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음을 고백하며 글을 시작하려고 한다. 선교 단체 입장에서 전환기는 외적 요소와 내적 요소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내적 요소는 물론 선교 단체 내부의 변화를 의미하고 외적 요소는 선교 환경의 변화를 의미한다. 이런 내적 외적 요소들을 나열식으로 열거하여 보았다.
선교 단체 내부 변화를 의미하는 내적 요소로 거버넌스의 문제가 있다. 필자가 속해 있는 바울선교회는 1986년 설립되어 이동휘 목사의 리더십 아래 성장해 왔지만 이제 그 리더십이 이양되어야 하는 시점에서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염려와 두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면 그는 이전의 리더십과 같은 능력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인가? 개인의 리더십이 이를 감당하지 못한다면 시스템으로 감당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인데 시스템을 만들면 모든 구성원은 잘 적응하고 따라올 것인가?’ 등의 질문 앞에 서 있다. 이런 고민은 바울 선교회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교단 선교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선교 단체들은 창립 초기에 단체의 설립을 주도한 사람(또는 몇 사람)이 단체의 운영자가 되고, 그 사람과 친분 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이사회를 구성하게 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단체를 통해 파송된 선교사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선교회 운영조직은 선교사들이 맡고, 설립 주체들은 이사회로 분리를 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이사회는 조직의 방향을 이끌고 유지 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힘쓰고, 선교회의 운영은 선교 현장을 잘 이해하는 선교사들이 맡게 됨으로 효율성을 확보하게 된다는 측면에서 좋은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사회는 선교 단체의 미래 발전을 위해 가치를 개발하고 공유하며 이를 위해 헌신하는 이사들로 새로이 구성되기보다는 김동화 선교사가 “GMF 거버넌스와 한국 선교계에 대한 제언”에서 김동화, “GMF 거버넌스와 한국 선교계에 대한 제언”에서1) GMF 이사회의 문제를 밝혔듯이 이사장(또는 대표이사)와 친분 관계에 의해 이루어진 초기 이사들이 여전히 이사회의 구성원으로 유지되어 왔다. 서로 아는 사이이다 보니 의견대립 등의 어려움을 겪지 않고 이사회가 유지될 수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창립자 또는 창립 이사 그룹이 이사회에서 역할을 내려놓게 되면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아마도 이러한 이사회의 문제는 창립 20~30년의 역사를 가진 대부분의 선교단체에서 발생하고 있다. 필자가 소속되어 있는 바울선교회는 창립자의 카리스마적 리더십에 의해 30년 넘게 운영되다 보니 거버넌스의 가장 기본인 선교회 운영조직과 이사회의 기능적 분리도 안 된 상태에서 창립자가 일선에서 물러나는 상황을 맞고 있어서 그 어려움이 더하다고 볼 수 있다. 창립자 또는 창립 이사들의 대부분이 퇴진하여 새로운 이사진들이 유입되는 경우 기존 이사들과 선교사 조직은 과거의 관행에서 탈피해야 하는데 관성적 습관 때문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또 새로운 이사진들은 창립 정신이나 과거의 역사 속에서 이루어진 일들에 대한 이해를 하지 못하므로 갈등을 겪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바른 거버넌스를 이루기 위해서는 조직의 바른 가치와 사명를 공유하고 이를 중심으로 하나 되어 협력해야 하는데 그동안 가치 중심의 사고를 해오지 않은 단체들은 자신들의 공유 핵심가치가 무엇인지 찾는 것도 어렵고, 핵심가치를 찾아내도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어서 이를 공유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 거버넌스의 문제가 발전적으로 해결되어야만 선교 단체가 생존할 수 있기에 본부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야 할 것이다.
전환기에 선교 단체가 직면한 외적인 문제는 매우 다양하다. 하나는 동원의 문제이다. 혹자는 동원이라는 단어 자체도 선교 단체의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나온 단어이므로 다른 표현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아직은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있는 단어여서 사용하기로 한다. 필자가 KMQ 2019년 겨울호에 발표한 선교사 수에 대한 동향을 인용하면 2012~2018년 6년간 새로이 파송된 선교사의 예측 수는 4000명 가량이 된다. 그런데 연령대 분표를 보면 40대가 50%가 넘고 2,30대는 38%정도가 된다.2) 이는 젊은이들이 선교에 동원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젊은 세대의 선교 동원이 어려운 이유를 물으면 ‘요즘 젊은이들은 자기 중심적이어서 앞뒤를 너무 가리고 헌신의 열정이 없어서’라는 대답을 듣게 된다. 그러나 요즈음의 젊은 세대를 자기중심적이고 헌신의 열정이 없다고 표현하는 것이야말로 선교 단체들이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 선교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50대 이상의 선교사들은 한국의 경제성장기의 주역인 세대이다. 이는 경제성장기 이전의 가난과 물질적 어려움을 겪었던 세대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들에게는 선교사로 헌신을 해서 경제적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해도 이전의 삶에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앞뒤를 가릴 필요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는 경제성장의 열매를 먹으며 자란 세대이다. 그들은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두려움이 나이가 든 세대보다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젊은 세대가 갖는 경제적 두려움을 제거할 수 있는 합당한 방법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젊은이들의 선교 헌신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전 세대는 조직과 집단의 성공을 위해서 개인이 희생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세대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이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았을 때, 많은 국민들이 장롱 안에 있던 금을 내놓았던 일을 우리는 기억한다. 그리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지만 온 국민이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개인의 재산권을 희생했던 감동의 이야기지만 오늘날의 젊은 세대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국가가 그리고 기업들이 경제 운용을 잘못해서 일어난 일에 왜 국민 개인이 희생을 해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분위기이다. 이런 젊은 세대의 태도를 개탄하며 공동체 의식 교육이 잘못되었다고, 사회가 너무 개인주의화 되었다고 한탄하는 것은 바른 태도가 될 수 없음을 필자는 최근 기업들의 모습에서 발견하고 있다. 예전에 기업들은 직원들을 향해 기업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면 기업이 잘 되어 그 열매를 직원들이 가져가서 본인도 행복할 수 있다고 설득해 왔다. 그러나 근래에 들어서 앞서나가는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자신을 희생해서 일하기를 요구하기보다 본인들의 성장과 만족을 위해서 노력하라고 요구하고 자기 기업이 그 성장과 만족을 이루는 적합한 장소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직원들이 회사가 자신들의 경력을 쌓는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될 때 열심을 내게 되고 업무의 성과가 높아진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이미 기업들은 이 세대가 개인주의화 되었고, 그들의 관심사가 개인의 성장과 만족에 있음을 알고 그들에게 적합한 대응을 하고 있다. 대기업이나 이름있는 해외 투자 기업들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은 새벽에 나가 밤늦게 돌아오는 매일의 삶을 살면서도 기꺼이 그 삶을 받아들이며 즐기고 있다. 그것은 그러한 희생이 자신을 계발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창업을 하고 자신의 비즈니스를 안정 괘도에 올려놓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는 청년 기업가들을 보게 된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고생을 싫어하기보다 자신을 희생할만한 가치를 찾지 못해서 헌신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선교 단체도 젊은 세대에게 과거의 방식대로 희생적 헌신을 요구하기보다는 이 세대의 변화에 맞추어서 하나님의 명령인 선교가 그들의 인생 성장에 얼마나 유익하고 만족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략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선교 단체 본부의 또 다른 고민은 재정 문제이다. 최근에 한 선교단체 대표가 ‘선교 헌신자를 구하지 못해서 파송을 못하는게 아니라 선교비를 모금하지 못해서 파송을 못하고 있다면서 한국 교회 성도들이 줄고 있고, 따라서 재정이 줄어들어 이제 후원을 통해 선교사를 파송하는 일은 어렵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한편 다른 분은 ‘한국 교회에는 아직 선교할 재정이 풍부하다. 다만 그 재정을 풀어 쓰기 위한 동기 부여를 선교계가 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어느 쪽이 옳은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 교회로부터 공급받는 후원금이 정체 또는 줄어들어 각 선교단체의 재정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한국선교연구원(KRIM)에서 2018년에 한국 선교계의 선교 재정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는데 그 결과 1) 선교사 개별 재정 후원의 수준은 지난 5년 동안 증가하기보다는 감소하였으며, 선교 단체의 경우도 일반 모금이 5년 동안 감소하였고, 2) 선교 단체의 29.7%는 연간 예산이 증가하였으며, 43.5%는 연간 예산이 줄어들었고, 3) 향후 5년간의 모금의 전망에 대해 선교 행정가들은 비관적 전망(34.6%)이 낙관적 전망(22.2%)보다 높은 의견이었다.3) 선교사들의 선교비가 줄어드는 상황이 되면 선교비의 일부를 행정비로 떼어서 본부의 운영경비를 충당하고 있는 선교 단체 입장은 더욱 힘들고 어렵게 된다. 본부의 운영경비가 줄어드는 것도 있지만 선교비가 부족해서 현지에서 힘들게 지내는 선교사에게서 행정비를 떼어낸다는 것도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선교사들의 개인 선교비에서 선교 행정비를 공제하는 것에 대해 “군사를 모집하고 그 군사에게 급료를 지불하지는 못할망정 그 군사가 마련해 온 생활비에서 공제를 한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음을 기억할 때 선교 단체 본부의 입장은 더 어려워진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선교 단체 본부는 자체적인 가치와 브랜드를 개발하고 이를 홍보하여 선교사 개인의 모금이 아닌 선교 단체 자체를 위한 모금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기도 하는데 선교 전환기에 있는 선교 단체들이 모색해야 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대부분의 선교 단체가 비슷한 사역 구조를 가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한 단체만의 독특한 가치와 브랜드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쉽지 않다라는 것이 본부의 고민이 될 것이다.
최근 선교계의 화두 중에 하나는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2018년 NCOWE에서도 주제 발표 중의 하나가 4차 산업혁명이었다. 당시 발표를 들으면서 필자는 한국 선교계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해의 정도가 부족하고, 부정적인 의견들과 마치 4차 산업혁명이 기독교 영성과 대립되는 듯한 의견들이 나오기도 했지만, 시대의 흐름에 선교계가 관심을 보인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생각이 들었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인공지능과 인터넷을 통한 초연결 사회라고 말할 수 있다. 얼마 전 인공지능과 바둑 대결을 펼쳤던 프로기사 이세돌은 바둑에서 인간이 인공지능을 상대할 수 없다고 고백했다. 수많은 변수가 있어서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달해도 바둑은 인간을 압도할 수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스스로 바둑을 두면서 실력을 향상해가는 인공지능의 능력 때문에 상황이 바뀐 것이다. 인공지능의 활용은 비단 바둑 분야에서만 되는게 아니다. 언어 인식과 통역 분야에서도 획기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요즘 여행을 가는 젊은이들은 자동통역 앱을 설치해서 들고 다니면서 여행지에서 현지인과 의사소통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처음 등장했을 때는 너무 어색한 통역들이 많아 어설퍼 보였지만 이제는 거의 정확한 통역을 하는 것을 보게 된다. 선교사로 출발하면서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어려움은 언어의 습득이다. 새로운 언어를 습득하기 위해 대부분 선교 단체들은 초임 선교사에게 2년 동안은 언어 습득에 주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인공지능에 의한 동시 통역기가 생기게 된다면 이러한 언어훈련에 관한 과정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 아랍권에서 사역하는 한 선교사는 아랍 무슬림을 만나면 직접 복음을 전하기보다 그들의 언어로 복음을 잘 설명하고 있는 웹 싸이트나 유트브 주소를 주면서 한번 들어보라고 권한다고 한다. 이렇게 하면 직접 복음을 전하므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불일 수 있고, 자신들과 같은 상황에서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여서 훨씬 전달 효과가 크다고 한다. 이는 4차 산업혁명이 사람들을 인터넷을 통하여 연결시켜 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국내의 한 선교 단체는 복음에 대한 궁금한 것을 물어오면 답을 해주는 복음 챗봇(채팅을 통해 질문을 하면 그에 대한 적절한 답을 해주는 채팅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복음에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과 24시간 대화가 가능하며 경찰이나 감시자의 눈을 피해 복음이 전달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을 이용하면 굳이 타 문화권에 가지 않고도 적절한 언어훈련이나 문화 적응훈련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 영화에서나 나올 이야기처럼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일은 수년 내에 현실이 되어질 수도 있다. 무인 자동차에 대한 꿈같은 이야기가 자율 주행이란 이름으로 등장하고, 개인의 특성에 맞는 신발과 옷이 수제품이 아닌 공장의 제품으로 만들어져 배달되는 자동화가 이미 실현되고 있고, 의료 진단에 인공지능이 쓰이고, 수술도 로봇이 사람보다 더 정교하게 수행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런 변화의 시대에 선교 단체는 어떤 전략으로 선교사를 선발하고 어떻게 훈련하고 파송할 것인지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될 때이다.
외적인 환경의 변화가 선교 단체에 변화를 요구하는 사항 중에 다른 하나는 외국 이주민의 증가이다.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의 수가 250만을 넘었다는 보고가 있다. 이는 전체 인구에 5%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제 한국은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문화 사회는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다양한 문화의 경험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혼을 통해 한국에 들어온 이주민 여성들과 그로 인해 형성된 다문화 가정에 속한 사람들이 100만명이 넘고, 2020년엔 150만이 넘을 것이라고 한다.4)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면 유럽에서 일어나는 증오에 의한 테러같은 일이 한국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또한, 한국의 중소기업들의 노동력 필요에 의해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입국하고 있다. 2018년 통계로 취업비자를 발급받은 외국인이 100만명을 넘고 있다. 이들의 대부분은 한국 선교사들이 활동하는 선교지에서 온 사람들이다. 선교를 위해 많은 비용을 들여 선교사를 파송하는데, 선교지에서 온 이주 노동자들은 어찌보면 적은 비용으로 선교하라고 하나님이 보내 주신 자원들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이 한국 사회 안에 적응하도록 돕는 일은 한국 사회의 미래를 위해서도 필요하고 또 복음 전파의 기회이기도 하다. 고향을 떠나 살아야 하는 이주민들은 본국에서 사는 사람들보다 개방적이어서 새로운 것(기독교의 복음)에 마음을 여는 확률이 높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시리아 내전으로 인하여 중동 지역에 흩어진 난민들 안에서 복음의 확산이 이루어 지고 있음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한국 교회들이 다문화센터 등을 운영하기도 하지만 교회들이 타문화 사역에 경험이 없기 때문에 전략적이지 않고 그 효과도 높지 않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원을 가진 곳이 선교 단체인데 대부분의 선교 단체들은 여전히 해외 파송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문 앞에 다가온 선교지라고 말은 하지만 그 역할은 교회가 감당하기를 원하는 듯 특별한 대책이나 움직임은 없는 것 같다. 국내 사역에 관심을 가지면 해외 파송 숫자가 줄어들 것을 걱정하는 것인지, 아니면 해외에 나간 선교사들이 귀국해서 국내 사역을 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가 두려운지 모르겠지만 선교 단체의 움직임이 거의 없다. 그러나 선교 단체가 이들 이주민을 향한 전략적 대책을 세운다면 선교를 효과적으로 감당할 수 있다. TIM(두란노해외선교회)은 이주 노동자들을 위해 세운 M센터에서 선교사 훈련을 하고 있다. 이러한 훈련은 선교사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타문화를 경험하게 하는 효과도 있을뿐 아니라 M센터에서 만난 이주 노동자들이 본국에 돌아가게 되면 그들과 연결된 지역을 선교지로 정할 수 있어서 정착과 적응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선교 단체들은 해외로 파송하는 선교사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사역하는 사람들도 선교사로 인정하고 하나님이 주신 귀한 사역의 기회들을 살릴 방안들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다음 세대를 향한 선교훈련 프로그램도 수정이 필요하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다음 세대는 학교에서부터 타문화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영어 유치원, 영어 학원 등을 통해 학생들이 외국어 습득과 함께 타문화를 경험하며, 공장에서 일하러 온 외국인 노동자들을 통해 사람들이 타문화를 경험하기도 한다. 이렇게 타문화를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다른 문화의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자연스럽게 익혀지게 된다. 전통적으로 선교 단체에서 선교 후보생들을 선발하여 훈련할 때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분야가 타문화권 적응훈련이다. 이는 특별히 한국인들이 단일 민족, 단일 문화를 가진 나라에서 살았기 때문에 나와는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훈련은 필수 요소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앞에서 생각해 본 것처럼 오늘날의 젊은 세대는 그들의 자라온 환경이 이전 세대와는 다르게 다양한 문화 접촉의 경험이 있다. 이들에게 과거처럼 타문화 적응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훈련한다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 될 것이다. 따라서 선교 단체는 이러한 변화에 부응하여 선교 훈련의 과정도 새롭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KMQ 2018년 겨울호에 실린 ‘선교 단체와 시니어 선교’라는 글에서 많은 시니어 선교사들이 현장에 나가고 있지만 선교 단체를 통해서가 아닌 개교회 파송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밝힌 적이 있다.5) 그런데 이런 현상은 시니어 선교사에게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선교지에는 교단 선교부나 선교 단체를 통해 파송받지 않고 개교회 파송으로 나온 선교사들이 많이 있고, 그 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는 이전에는 교회들이 선교지를 잘 모르기에 교회가 파송하는 선교사들을 전문적인 선교 단체에 의뢰하였지만, 이제는 단기선교를 통한 교회의 선교지 이해가 높아지고 또한 글로벌화에 따라 선교지의 사람들이 한국에 들어오게 됨으로 교회가 선교지의 사람들을 직접 접촉하는 빈도가 높아짐에 따라 교회가 선교에 직접 참여하는 일들이 많아지게 되었다. 즉 랄프 윈터가 주장했던 모달리티, 소달리티의 개념이 흐려지고 있다. 이렇게 개 교회가 선교에 직접 참여하는 경우가 늘게 되면 선교 단체의 역할이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비즈니스의 글로벌화에 따라 많은 기업의 주재원들이 해외로 나가게 되면서 이들 중 믿음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주재하는 현지에서 선교적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많은 젊은이들이 해외 창업을 통해 자신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해외로 나가고 있고, 이들 중에는 선교적 마음을 가지고 출발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전통적인 입장에서 선교사라고 부를 수 없을지 모르지만, 기능적인 측면에선 선교사의 삶을 살고 있다. 이들을 선교사로 보고 관리를 할 것인지, 아니면 여전히 전통적 의미의 선교사들만을 고집할지 이것도 선교 단체의 고민이다. 아마도 이들을 흡수할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선교 단체의 역할은 더욱 줄어들게 될 것이다.
여기에 언급된 고민거리 외에도 비자발적으로 선교지를 떠나야만 하는 선교사들과 아무런 노후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은퇴 연령이 되어 들어와야 하는 선교사들의 문제 등, 선교 단체로서 당장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눈앞에 현실에만 급급하다가 변화의 흐름에 대응하는 방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더 큰 시련을 겪을 수 있음을 기억하며 대비해야 할 것으로 믿는다.
<참고문헌>
1. 김동화, “GMF 거버넌스와 한국 선교계에 대한 제언”, KMQ 통권 67호(2018 가을호)
2. 문상철, “한국선교 2019: 모금”, 2019년 4월 16일 남서울교회 교육관에서 있었던 「한국선교 동향 2019 오프라인 보고회 자료집」
3. 소영섭, “선교 단체와 시니어 선교”, KMQ 통권 68호 (2018년 겨울호)
4. 소영섭, “연령대별 선교사 통계를 이용한 미래 선교사 수 예측모델 제시”, KMQ 통권72호 (2019 겨울호)
필자 소개
소영섭은 서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전북대학교에서 교수로 있던 중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여 선교사가 된 후 창의적 접근지역인 A국의 Y대에서 교수로 사역하였으며, 이후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교수 사역을 하였다. 3차 SKBF부터 BAM 운동에 참여하였으며 현재는 바울선교회 선교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BAM 선교를 전문으로 하는 나우 미션의 부대표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