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단상
김태현/강희점 선교사(본부)
국제본부장 임기 4년이 어느덧 훌쩍 지나갔습니다.
“우리의 날이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갑니다”라는 시인의 고백과 저의 마음이 겹쳐집니다. 실로, 우리에게 시작과 종결이 있다는 사실은 축복입니다. 주어진 기회를 새로운 각오의 장(場)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돌이켜보면, 좀 더 잘할 걸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그래도 여러분이 널리 받아 주고, 응원해 주신 덕분으로 저의 직무를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바우리 식구 여러분, 고맙습니다.
‘본부장 칼럼’(회지 184호)에서 밝혔듯이 ‘늦은 오후’에야 겨우 포도원 일자리를 구한 저에게 ‘관리인(본부장)’의 위치는 참으로 버거운 자리였습니다. 뒤돌아보면, 굽이굽이 주의 손에 이끌린 자국만 선명하게 보입니다. ‘무익한 종’을 위한 주인의 배려 밖에서는 이 모든 은혜를 달리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저는 천성적으로 자아 중심적인 사람입니다. 저의 내향성이 그 증거입니다. 이런 제가 국제본부에 자리를 펴고 보니 나 중심에서 우리로, 나아가 글로벌 시야로 넓혀지는 경험을 하였습니다. 이 사실이 저에게는 너무나 값진 특권이었습니다. 무명의 다윗을 불러 이스라엘 왕국을 이끄신 그림을 저의 소임에 비유하는 것이 면구스럽지만, 주님이 이끄는 세계에 대한 저의 작은 경험이 된 것은 축복, 그 자체였습니다. 저의 어떠함을 곱씹어 볼수록 오로지 주님의 은혜만 제게 남습니다.
바우리로 산 지가 어언 3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다시 저희 부부는 이끄심을 따라 선교사의 여정을 떠나야 합니다. 믿음의 선진들이 그랬듯이 더 나은 본향을 향하여 순례자의 길을 계속할 것입니다. 이 땅에서 ‘외국인과 나그네’로 우리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나니 우리의 여정은 분명해집니다. 노마드(nomad)적 여정이 그리 쉽지 않지만, 빈자(貧者)가 더 풍요로운(Less is more) 삶의 노선을 끝까지 경주하고 싶습니다.
끝으로, 본부 사역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도편달을 해주신 여러 바우리 가족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여러분이 보낸 ‘당근과 채찍’은 저의 본부 사역을 위한 고귀한 자양분이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역사는 퇴보가 아니라 진보로 나아간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다음 새로운 본부장께 거는 기대가 바로 이것입니다. 바우리의 새로운 장이 소망스런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 함께 주께서 맡겨주신 과업을 완수하십시다. 코로나19 정국에 주의 평강이 여러분에게 항상 있기를 축원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마라나타!
김태현 선교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