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 바우리 사역 방향
글·최기득 선교사(한국이주민 사역)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가슴 뛰게 하는 오래전(1995년) 다문화 사역의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현재의 바울선교회 다문화 사역의 비전과 방향을 나누기 원한다.
1) 하나님이 보여준 선교지
1995년 초 싱가포르에서 후차오 교회 사역을 시작한 지 몇 주 안 되었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씨 좋은 늦은 오후에 4시 반 예배를 마치고 4층 옥상에 올라갔는데, 깜짝 놀라게 하는 광경을 보았다. 교회 앞에 축구장 2개 크기의 열린 공간이 있었는데, 그곳과 교회 주변에 셀 수 없는 수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보였다. 1층에서 보며 느낄 수 없었던 엄청난 규모의 대충 잡아 3~4만 명 정도로 보였다. 그때 주님이 말씀하시는 음성을 들었다-“이들을 위해 교회가 무엇을 하고 있느냐? 교회 문을 열어 이들을 환영하고 복음을 전하지 않으면, 후차오 교회 위에 화가 임할 것이다.” 이 주님의 음성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내가 복음을 전할지라도 자랑할 것이 없음은 내가 부득불 할 일임이라 만일 복음을 전하지 아니하면 내게 화가 있을 것이로다”는(고전9:16) 말씀을 기억했다.
2) 다문화 상황 이해
당시 300여만 명의 인구가 있었는데, 인구의 30%가 넘는 100만 명 이상의 엄청난 외국인이 싱가포르에 살고 있었다. 싱가포르에는 복합문화(중국계 80%, 말레이계 12%, 인도계 8%)가 형성되어 있는 나라로 외국인에 대해 포용하는 나라였다. 후차오 교회가 인도타운에 있었는데 인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네팔, 파키스탄에서 온 근로자들이 주말마다 친구들을 만나러 모이는 장소가 교회 옆의 운동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적다”(마 9:37)고 하신 주님의 말씀을 음미했다.
3) 타밀 예배의 준비
당시에는 선교에 대한 이해와 비전이 희미할 때였으므로 성경에서 보여주는 선교를 나누면서 영어예배에서 비전을 전하기 시작했다. 주님께서는 늘 열정적인 이들을 통해 먼저 일을 시작하신다. 약 2~3개월이 지나면서 약 30여 명의 비전을 나누는 이들이 모였다. 그러나 처음에 다문화 외국인 예배를 시작하자고 했을 때, 98년 된 교회의 연합당회(후차오 예배, 만다린 예배, 영어 예배)로부터 3가지 반대를 만났다-(1)교회가 더러워진다. (2)도난의 위험이 있다. (3)화재의 위험이 있다.
이 3가지 반대에 대한 3가지 해결 방안을 영어예배에서 제시하였다 - (1)더러워지면 우리가 청소한다. (2)도난당하면 우리가 사 놓겠다. (3)화재의 위험을 위해 보험을 들겠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당회의 동의를 얻어 1995년 8월 인도의 타밀어(인도의 남부 타밀나두주의 언어로 싱가포르 인도계의 대부분이 사용) 예배가 중국인계 교회에서 처음 시작하게 되었다. 하나님의 비전을 따라 순종하기 위해 그동안의 전통과 자존심을 내려놓는 큰 결단이었고 “열면 닫을 사람이 없고 닫으면 열 사람이 없는 이”(계 3:7)이신 주님께 감사를 올렸다.
4) 타밀 예배의 시작
다문화 사역의 비전이 희박한 상태라서, 인도 타운에 있었던 싱가포르 타밀 교회에도 다문화 사역이 없는 상태였다. 타밀 예배를 열기 위해 수천 장의 초대장을 몇 주에 걸쳐 뿌리면서, 타밀 예배가 후차오 교회에서 시작된다는 소문이 퍼져 나갔다. 드디어 첫 타밀 예배가 열리는 날 약 1킬로 거리에 있는 싱가포르 타밀 교회 담임 목사님이 오셔서 함께하는 기쁨이 있었다. 그런데 타밀어 찬양 몇 곡을 모아 복사한 6장의 용지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왜 찬양을 위한 용지를 6장만 준비해 왔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궁금해했다. 그날 200여 명의 타밀어를 말하는 근로자들이 예배에 참여하여, 30~40명의 영어예배 봉사자들이 즐거운 고민을 하는 기쁜 날이었다. 예배 후에 그 목사님에게 “목사님, 왜 찬양을 위해 6장을 준비해 오셨나요?” 하고 물어봤을 때, “나는 6장도 충분할 것으로 생각했어요”하고 대답했다. “주님께서 우리가 구하는 것이나 생각하는 것에 더 넘치도록 역사하셨다(엡 3:20)는 것을 느끼며 감사를 드렸다.
5) 타밀 예배의 정착
시작할 때는 준비된 타밀 사역자가 없어서 영어로 설교하고 타밀어를 하는 싱가포르 교인이 통역을 하였다. 이 소문이 퍼지면서 얼마 되지 않아 다른 교회에 있는 은퇴한 교사 출신의 인도계 교인(모세)이 나타났고, 교회에서는 평신도 사역자로 교회에 소속된 목회자에 포함시켜 적극적인 지원을 하기로 했다. 그렇게 타밀어로의 사역이 매주 80~100명 정도로 정착, 지속되었다. 교회에서는 주일 저녁마다 다문화 선교팀을 조성하여 전도지 초청장을 나누어 주며 기도, 헌금, 봉사의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6) 사역의 열매
약 6년 후 후차오 교회에 두 번째 배치를 받고 사역을 하게 되었다. 타밀예배 시작 후 7년이 지나면서 주님께 말할 수 없는 영광을 드렸다. 어느 날 타밀예배 담당 사역자(모세 전도사)가 두꺼운 노트를 갖고 와서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 노트에 1995년부터 타밀예배 세례 명단을 자신이 기록한 수가 1,000명이 넘으면서 자신도 너무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누기를 원했다고 했다. 이 외국인 근로자를 향한 타밀 예배의 사역이 교단에 큰 영향을 주어 다문화 사역의 비전들이 일어나면서 곧 교단 교회들이 “Reverse Missions” (“역 파송 선교”– 다문화 외국인들이 모국으로 귀국할 때 사역자, 선교사로서 돌아가게 하는 사역)을 위한 다문화 선교 체제들을 갖추어 나갔다. 나중에 후차오 타밀 예배를 통해 세례를 받고 귀국한 자들 중 약 40명이 목회자로 섬긴다는 감사한 소식을 들었다. “나는 심었고 아볼로는 물을 주었으되 오직 하나님께서 자라나게 하셨나니”(고전 3:6)라는 말씀이 떠올랐다.
천하만사에 때가 있고 모든 목적이 이룰 때가 있다(전 3:1). 1995년경에 한국교회 성장이 멈추어가면서 전 세계로 한국 선교사가 파송되기 시작했다. 약 20년 후 2015년경부터 선교사 파송 숫자에 둔화가 보이고 지금은 거의 중지되었다. 그런데 지난 5~6년간 한국에 외국인(근로자, 다문화 결혼 가정, 유학생) 수는 계속 늘어나 250만 명에 이른 것은 놀라운 사실이며, 그들이 거의 200개 국가에서 온 자들이다는 것 또한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한국에 와서 3~5년 머물고 사는 근로자나 유학생들이 주변에 많이 있다. 하나님이 제공한 선교의 기회로 보아야 한다. 이 기회를 놓치는 것은 큰 실수이다. 또 “한국 내의 선교사역”이라면 당연히 한국교회와 성도들 모두가 앞장서야 한다고 본다. 한국에서 4년째 다문화 사역에 임하고 있는데 예나 지금이나 모든 선교사역, 곧 “추수의 주인”(마 9:38)이신 주님께서 여전히 주님의 비전을 받으라고 말씀하고 계시는 것 같다.
1) 비전-잃어버린 영혼을 향한 주님의 마음
(1) 비전과 선교-비전이란 하나님이 보는 것을 보는 것이고, 하나님이 느끼는 것을 하나님의 백성들이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의 마음에 이끌리는 자들이 선교하는 자들이다.
(2) 비전과 순종-주님은 직접적인 계시, 선지자, 말씀을 통해 하시고자 하는 것을 보여주신다. 엄청난 규모의 도전적인 일에도 믿음으로 순종하는 자들에게 주님의 능력과 지혜가 넉넉하게 제공되고 주님의 일은 그들을 통해 하나씩 다 성취되어 왔다.
(3) 비전과 공유-주님의 일은 몇 명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전 교회를 동원시켜야 하는 일이다. 물론 시작은 소수에 의해 시작되지만, 점점 전 교회에 영향을 주어 총동원을 하기에 이른다.
2) 비전 - 다문화 선교 구호를 외치며
-모세 전도사의 다문화 선교사역 사례-
교사로 은퇴 이후 후차오 교회의 타밀예배의 소식을 듣고 자원하는 마음으로 참여하면서 이 사역을 맡아 8년을 충실하게 감당하였다. 싱가포르에서 8년 동안 다문화 사역을 맡아서 1,000명이 넘는 인도 근로자들에게 세례를 주는 사역을 감당했다. 이 다문화 사역을 선교적으로 어떻게 보아야 할까?
“선교지에 못 가더라도 선교의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것”이 다문화 선교사역이다. 한국의 다문화(외국인들)를 향한 사역의 비전을 나누며 동역하는 협력 교회와 개인들에게 함께 나누며, 같은 마음과 비전을 나누며 한목소리로 구호를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
(1) 한국에서 선교할 수 있다
“한국 내의 선교사역”이라고 하는 “다문화 사역”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타문화 선교를 위해 집과 짐을 정리하고 출국 준비를 하여 짐을 싸서 비행기로 먼 곳에 가는 수고나 경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많이 다른 문화, 환경에 적응하는 것들이 불필요하며, 음식이나 날씨에 적응할 필요가 없고 비자 때문에 애를 타며 기도할 필요가 없다. 하나님이 제공한 기회로 보아야 한다. 이 좋은 기회를 놓치는 큰 실수를 범하면 안 될 것이다.
(2) 한글로 선교할 수 있다
선교사는 선교지에 가서 짧게는 2~3년, 길게는 5~7년의 현지어를 배워야 한다. 그런데, 많은 외국인이 한글을 학교에서 배우고 있다고 한다. 한글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과정에 최근에는 베트남과 인도에서 제일 외국어로 한글을 채택하였다고 한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일을 하면서 한글을 배우는 데 열중하고 있다. 하나님이 여러 나라 외국인들을 한국으로 이끌어 오면서, 이들을 위해 선교할 결심을 하라고 교회들에게 말씀하시는 것 같다.
(3) 누구나 선교할 수 있다
주님께서 타국인(다문화)을 향한 주님의 백성들의 자세를 일찍부터 분명히 하셨다 -“너희와 함께 있는 타국인을 너희 중에서 낳은 자 같이 여기며 자기 같이 사랑하라. 너희도 애굽 땅에서 객이 되었었느니라. 나는 너희 하나님 여호와니라”(레 19:34). 한국에 와서 타향살이하는 다문화 사람들에게 작은 행동과 친절한 말로 호의를 베풀 수 있다. 주님은 다문화 사람들을 선교의 대상은 물론 사랑의 대상으로 받으라고 하신다.
3) 비전-선교사 파송한 모 교회와 선교사 가족들의 동원, 협력
(1) 가는 것과 환영하는 것
정반대의 개념인 것 같지만, 선교적으로는 똑같은 의미이다. 한국교회에서 선교사를 보내는 운동이 일어날 때 “가라 아니면 보내라”(Go or Send) 구호가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이제 한국 내에 살고 있는 많은 다문화 인구를 보면서 “보내면서 환영하라”(Send and Welcome)의 구호가 필요한 것 같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오는 다문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교회가 되는 비전을 가져야 된다.
(2) 선교사는 선교지에서 모 교회는 한국에서
선교사를 보내고 지원하고 기도해 온 한국에 있는 모 교회들의 감당해야 할 선교사역의 비전을 나누도록 하자. 선교사는 파송 받은 선교지의 영혼들을 위해 일하고, 모 교회들은 한국에 와서 살고 있는 다문화 영혼들을 위해 일을 하는 비전을 이루어 나아가야 한다.
(3) 선교사는 선교지에서 선교사 가족들은 한국에서
선교사로 나가는 모습을 보는 믿음의 가족들(부모, 형제, 자매들)이 한국에 머물면서 뒤에서 늘 기도와 물질로 함께해 온 것이 감사할 일이다. 이제 선교사 가족들도 직접 선교사역에 참여할 기회가 왔다고 본다. 이웃에, 가까운 지역에 많은 다문화 사람들을 향한 선교적 일을 감당하기 위해 마음을 단단히 하고 “한국 주재 선교사”로서 일어나길 소망한다.
☞다음 호(191호)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