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 간증 – 45기 국내훈련을 마치고
글·최은호 선교사
우리 기수는 다섯 명이 허입되었지만 훈련 시작 전에 사정이 있는 한 가정이 포기하게 되어 우리 가정과 싱글 한 명 총 세 명이 훈련을 시작하게 되었다. 너무 적은 소수라는 것과 코로나19로 인해 훈련이 미뤄질 수도 있었지만, 이동휘 목사님의 기도로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출발이 순조롭다고 방심하고 나태해지는 것보다 출발이 좀 매끄럽지 못해도, 그것이 계기가 되어 더 노력할 수 있다면 그것이 훨씬 좋은 결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이정하 작가의 ‘돌아가고 싶은 날들의 풍경’의 글귀에서처럼 세 명의 출발이 순조롭지 못하더라도 더 큰 주님의 은혜와 계획하심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시작하게 되었다.
부족하고 보잘것없는 나를 써주시고 허입을 허락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여 김제 만경 바울선교센터에 입소하였는데, 훈련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건물의 크기만큼이나 넓은 구역을 청소해야 했고 식사 후에는 설거지를 하고 저녁에는 과제를 수행하다 보면 새벽예배부터 시작된 훈련은 단거리 경주를 하듯 하루 종일 바쁘게 달려갔다.
가정의 특성상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것도 있기에 저녁시간에는 세 아이들의 숙제지도와 방 정리와 빨래 등을 하다 보면 밤 11시가 훌쩍 넘어버렸다. 강의만 잘 들으면 될 줄 알았는데 강의 외에도 해야 할 일들이 많은 훈련생활이었다. 무슨 일이든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구축해 나가는 것은 어렵고 힘든 여정이지만,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에게 훈련의 과정은 나의 색깔이 아닌 예수님으로 채워지고 복음으로 칠해진 그릇으로써 하나님께서 쓰시기에 가장 편하고 활용도 높은 그릇으로 단련되는 과정이라 여겨진다.
선교사로의 헌신은 오롯이 내가 결정했고 그래서 지금까지의 모든 과정을 내가 이끌어 왔다고 생각했었다. 선교사로서의 헌신은 나뿐 아니라 아내와 아이들 모두가 함께 해야 하는 일이기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결단했다. 그리고 선교회에 들어와 훈련을 받고 있는데도 내가 선교사로서의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이동휘 목사님의 강의와 QT, 강사 목사님과 선교사님들의 강의를 들으며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선교사로 헌신한 것은 내가 결정한 것이 아니라 전적인 하나님의 부르심과 은혜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지난 시간 동안 버리지 못하고 입고 있었던 세상의 옷들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하나씩 벗겨지는 과정이라는 것 또한 깨닫게 되었다.
이전에는 내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어했다면, 이제는 스포트라이트에 연연해하지 않고 오직 주님만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이 되도록 그 자리를 내어드려야 함을 더욱 알게 되었다.
훈련의 과정을 통해 선배 바울선교회 선교사님들의 겸손 또한 엿볼 수 있었다. 스포트라이트에 연연하지 않고 주님과 현지인들을 지원해주며 무대 뒤의 스텝으로서 자신의 사명을 감당해 나가시는 93개국의 선교사님들이 돋보이려 하지 않지만 오히려 돋보이는 ‘진심의 리더십’을 발휘하고 계신다는 것을 보게 되면서 바울선교회의 가족이 된다는 것이 뿌듯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