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 간증
글·왕윤성 선교사(본부 사역)
“내가 가는 길을 오직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순금같이 나오리라”(욥 23:10)
세상을 살아가면서 깨닫는 진리가 있다. 그것은 고통의 터널을 통과한 후에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산모는 진통의 고통 후에 자녀를 얻을 수 있다. 농부는 땀 흘리는 수고를 겪어야 만이 풍성한 곡식을 얻을 수 있다. 하나님과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고통을 다루시는 하나님의 손길이 깊으면 깊을수록 사람에게는 고통이지만, 하나님의 무한한 사랑을 맛볼 수 있는 특권을 주신다. 하나님은 “내가 누구인지 아느냐?” 하시는 듯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통하여 “왕윤성의 하나님”의 흔적, 평생을 살아도 지울 수 없는 생명의 언약을 체결하시길 원하셨다.
나는 TV 속에서나 머리가 다 빠지고 무척이나 야위며 흰 마스크를 쓴 백혈병 어린이를 보았다. 그런데 그 어린아이의 모습이 바로 내 모습이었다. 2001년 11월 21일 나는 온몸의 고열과 오한으로 끙끙 앓다가 병원에 실려 가게 되었다. 피검사를 해 본 결과 피는 이미 물처럼 변해 있었다. 나는 병원에서 백혈병 진단을 받게 되었다. 치료가 불가능하여 신촌 세브란스 병원으로 응급 후송되었다. 이때부터 병원 생활은 시작되었다. 우리 가족도 동일하게 험난한 인생이 시작되었다. 어린 성한이는 당시 3살인데 갑자기 부모와 떨어져 시골 할아버지 댁에 맡겨졌다. 어린 은송이는 생후 5개월 갓난아이였다. 모유를 중단하고 서울 형님댁에 맡겨졌다. 아내는 나를 병간호하면서 가족은 갑자기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시작된 병상 생활 가운데 주신 하나님의 선물 보따리를 나누고자 한다.
첫째, 하나님은 “예수님의 십자가를 아느냐?” 가르쳐 주시길 원하셨다.
백혈병은 “혈액 속에 암세포가 들어있어 피의 기능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하는 병”이다. 그래서 항암제를 혈액 속에 투여했다. 골수 검사는 엉덩이 위쪽 뼈에 주삿바늘을 넣어 골수를 채취했다. 골수 검사를 7~8회 할 때마다 비록 육신의 몸은 고통스럽지만, 그때마다 “하나님 저를 위대한 선교사로 써 주세요”라는 기도가 나도 모르게 나왔다. 항암치료를 받게 되면 40도 이상의 고열로 온몸이 불덩이가 되어가고 구토와 머리는 수북이 뽑혀 나왔다. 여러 합병증으로 숨쉬기가 곤란하고 온몸에는 붉은 반점으로 약발진이 일어났다. 질병의 고통 속에서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하시며 십자가에서 고통당하시면서도 죄를 담당하신 예수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체율할 수 있었다.
둘째, 하나님은 “오병이어가 무엇인지 아느냐?” 가르쳐 주시길 원하셨다.
백혈병을 앓고 난 후, 1주일에 병원비가 2백만 원~4백만 원가량 나오기에 우리 가정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그런데 하나님은 기적을 베풀어 주셔서 교회, 선교단체, 이름도 모르는 분들을 통해서 오병이어의 역사를 체험하게 되었다. 1억원의 병원비를 지불하고 남은 1천만원을 필요한 곳에 모두 흘려보낼 수 있었다. 하나님은 물질 때문에 주의 일 못 한다는 핑계를 아예 머리속에서 지우게 하셨다.
셋째, 하나님은 “동역이 무엇인지 아느냐?” 가르쳐 주시길 원하셨다.
하나님은 ESF 선교단체에서 목자와 양으로 만난 형제를 통해서 “왕윤성 목자님 힘내세요!”라는 카페를 만들게 하셨다. 그 형제는 매일 A4 10장 정도의 카페에 올려진 전 세계 동역자들의 격려의 글을 전달해주었다. 나는 글을 읽으면서 용기와 소망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헌혈증을 군부대의 군인들과 신학교 신학생들, 교회의 형제들을 통해 700여 장을 받아 유용하게 사용하였고 남은 500여장을 다른 분께 드릴 수 있었다.
넷째, 하나님은 “기도 능력의 힘이 뭔지 아느냐?” 가르쳐 주시길 원하셨다.
나는 항암치료 후 합병증이 찾아와 신장기능이 악화되어 투석 직전에 이르게 되었다. 이때 전국의 동역자들이 벌떼처럼 기도하였다. “CBS 중보기도”를 통해 과부의 강청하는 기도를 올려드렸다. 그리고 치료를 받을 때마다 “릴레이 금식기도”를 동역자들이 감당하며 고통을 함께 나누었다. 그 결과 기도와 금식의 능력으로 어려움을 능히 헤쳐나갈 수 있었다.
다섯째, 하나님은 “목자의 마음을 아느냐?” 가르쳐 주시길 원하셨다.
하나님은 백혈 병동을 목회지로 허락하셨다. 몸이 힘들고 지칠 때 오히려 주의 복음을 전하였다. 옆 병실을 찾아다니며 기도해 주었다. 내일 일을 기약할 수 없기에 온 마음을 다하여 간절히 복음을 전하고 기도해 주었다. 항암치료 후 무균실에서 40일간의 광야 생활을 보내면서 “목자 없는 양”처럼 힘들고 지쳐 쓰러진 양 떼들을 바라보게 하셨다.
여섯째, 하나님은 “50일간의 유언 기도 동안 하나님의 사랑을 아느냐?” 가르쳐 주시길 원하셨다.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는 잘 마쳐졌고 누님으로부터 골수이식을 받았다. 그런데 이식받은 지 3개월이 지난 후에 합병증으로 망막 손상이 와서 사물이 찌그러져 보였다. 그리고 당뇨가 500 이상 수치가 나오고 여러 부작용으로 죽을 위기 가운데 처해졌다. 다시 이식을 받지 않으면 생명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 더 이상 병원 치료로는 살 수 없는 몸의 상태였다. 이때 하나님은 나에게 100%의 완전한 믿음을 요구하셨다. 우리 가정은 “50일 유언기도”를 올려드렸다. 우리는 일사 각오의 자세로 간절히 기도한 결과 백혈병이 치료되는 놀라운 은혜를 맛보았다.
고통의 손길을 다루시는 하나님은 생명을 얻을 뿐만 아니라 더 풍성한 열매를 얻게 하셨다. 이제는 내 생명이 다할 때까지 선교사로 온전히 쓰임 받기를 소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