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본부장 칼럼
우리는 더이상 소년 다윗이 아니다
김문영 선교사(바울선교회 국제본부장)
복음 전달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일상적인 삶 자체가 불편한 타 문화권에서 자신의 인생 노트에 주님의 발자취를 남기고 있는 선교사님들과 가까워지려고, 그들의 삶과 사역이 소개되고 있는 선교 편지를 조금씩 읽기 시작했다. 한국과의 시간 차이 때문에 전화로 직접 소통하기가 여의찮지만, 선교 현장의 땀 냄새가 풍기는 소식지를 읽다 보면 짝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나는 그들의 친구가 되어 버린다.
평범하면서도 목적이 뚜렷한 선교지 이야기에 흠뻑 취할 땐 나도 그 현장에 있는 느낌을 받는다. 그들이 복음을 들고 마을을 향해 걸어가면 나도 그 옆에서 부지런히 걷고 있고, 땀 흘려 일하는 곳에서는 어느덧 흙먼지 푸석이는 현장에서 벽돌 나르느라 거칠어진 손바닥을 내려보며 흐뭇해하며, 그들이 열정을 담아 설교할 때 나도 회중 사이에서 ‘아멘’을 외치고 있다.
승리의 소식과 함께 ‘할렐루야!’ 하나님을 높여드릴 때는 나도 조용히 머리 숙여 두 손을 모은 채 주님께 감사드리고, 고난의 과정을 겪고 있는 소식에는 비통한 심정으로 잠시 읽는 것을 멈춘다. 훈훈한 감동의 소식에는 내 마음이 시원해지고, 숨통을 조여오는 환경에서 선교사란 단어 사용조차 언감생심! 주님께 올려드리는 찬송조차도 입술을 깨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소식에는 내 심장 박동수도 올라간다. 거주 비자를 겨우 1년간 연장받고 기뻐하는 기도 편지를 읽을 때는, 안일함과 방종함 속에 마치 특권이라도 가진 것처럼 자유를 즐기고 있는 내 추한 모습이, 들판에 홀로 서서 의미 없는 웃음을 머금고 있는 허수아비와 다를 바 없고, 그 손을 잡고 계신 예수님의 얼굴에는 눈물이 고이신다.
하나님의 일꾼들은 선교지 현장에서 자신의 삶에 예수님의 흔적을 기록하고 있는데, 나는 어느새 선악과를 따 먹고 인생을 스스로 건설하려는 바벨탑 노동자들처럼 되어 버렸다. 내가 누리고 있는 안전함이 축복인 줄 착각하여 내 인생이 허무하게 되지 않기를 가슴 조이며 오늘도 성령님의 손길을 기다린다.
우리는 지금..!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자들을 도적질하고 죽이고 멸망시키기 위해서 안간힘을 다해서 덤벼드는 사단의 간사한 손길들을 단호히 끊어내고 구원의 소식을 전달하는 영적 전쟁터 안에 있는 것이 아닌가?
영원한 멸망을 판결받은 사단이! 영원히 회개할 줄 모르는 사단이! 끝까지 하나님의 뜻을 대적하려는 그의 전술이! 허술하지마는 않다. 그 계획은 치졸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장기전이다. 이 땅의 후손들이 하나님과 자신에 대한 잘못된 관념을 갖도록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우리가 어렸을 때 교과서와 인기 잡지에서 보았던 아프리카의 모습은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곳이었다. 특히 동부 아프리카의 케냐는, 넓은 들판에 기린 한 쌍이 석양의 붉은 빛을 받으며 기다란 목을 교차하며 서 있고,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우리 고향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흑백 나무 사진은 많은 이들에게 강한 동경심에 빠지게 하여 한 번쯤 방문해 보고 싶게 했다.
그런데 학교나 공공기관에서는,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교육의 목적으로 아프리카의 빈곤을 집중적으로 조명하여 우리에게 가난의 무서움을 알게 했었다. 영양실조로 배가 뽈록하게 나와 있는 어린아이, 코를 질질 흘리면서 먹을 것을 얻기 위해 빈 그릇을 손에 들고 배식을 기다리는 아이들, 극심한 가뭄으로 들판에 버려진 채 뼈와 가죽만 남아 있는 가축들, 깡마른 모습의 현지인 부부가 뜨거운 태양 아래서 희망도 없는 듯이 앉아 있는 모습.. 왜 이런 사진들이 마치 아프리카를 대변이라도 하는 것처럼 회자하였는지 지금도 궁금하다,
실상, 세상 어느 곳도 아프리카의 아름다움을 따라올 수 없고, 아프리카인들의 친절함과 넉넉한 심성은 바싹 말라 부서질 정도로 삭막한 현대인의 마음에 웃음과 행복을 선사하여 활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다. 아프리카 그리스도인들의 영성 또한 우리가 겸손히 배워야 할 부분이다.. 본부에 와서 선교 보고를 했던 에티오피아 주재 선교사의 내용에 의하면, 극단 이슬람주의자들에 의해서 순교 당했던 에티오피아 그리스도인들이, 죄수복을 연상케 하는 오렌지색 옷을 입고 바닷가 모래사장에 일렬로 무릎 꿇은 채로 참수당했는데, 순교 당하는 그중에 아무도 살려달라고 애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열정이 넘쳤던 청년 사울이 부활의 예수님을 만나기 전에! 그래서 그가 사도가 되어 이방인에게 복음을 전하기 그 이전에! 그리고 베드로가 고넬료에게 복음을 전하기 그 이전에! 이미 빌립에 의해서 복음이 사마리아를 넘어 이방인에게 전해졌는데 그 복음을 받은 자가 바로 에티오피아 여왕의 국고를 받은 내시였다. 아프리카는 팔레스타인을 넘어서 그 어떤 이방인 나라보다도 복음을 먼저 받은 나라였다. 한때 온 세계가 한국 기독교 부흥에 경외감을 가졌지만, 지금은 그들이 본받아야 할 대상에서 제외된 듯하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부흥은 우리처럼 단기간 관심을 끌고 없어지는 속성 부흥이 아니라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바울 선교사여! 그리고 보내는 선교사들이여!! 우리는 골리앗을 향해 물맷돌을 던져 승리한 소년 다윗의 모습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 그는 어린 청년으로 남아있지 않고 사단의 왕국을 물리칠 수 있는 유일하고 영원한 왕권을 받은 왕이 되었다.
이제.. 복음을 들었으면 전하러 나가자!
기회를 놓칠 수 없어서 일어선 자들이 은퇴 후일지라도 선교사로 지망하는 실버 선교사들의 문의가 지속된다. 위대한 복음 운동이 당신과 내 시대에 중단되지 않도록 하자.
바울 선교회 본부에서 김문영 선교사가 주님을 사랑하는 자들에게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