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회장은 모르나 하인들은 알았다
포도주가 동이나 절박한 순간, 혼인잔치에 초청되신 예수님은 포도주를 만들어 피로연의 기세를 살리셨다.(요 2:1-11) 처음의 황홀함이 갈수록 시시함으로 이어지듯 나중 나오는 포도주는 으레 급이 낮은 하찮은 것이어야 하는, 상식을 깨트렸다. 아직까지 달콤한 최상급 포도주가 철철 나오다니!(사 25:6) 아침빛처럼 유쾌하신 주님께서 판세를 바꾸시어 슬픔과 탄식을 달아나게 하셨다.(사 51:11)
기적은 일어날 수 없는 기이한 뜻을 담고 있지만, 표적은 무언가를 지시하는 일, 즉 표징이다. "예수께서 제자들 앞에서 이 책에 기록되지 아니한 다른 표적도 많이 행하셨으나 오직 이것을 기록함은 너희로 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을 믿게 하려 함이요 또 너희로 믿고 그 이름을 힘입어 생명을 얻게 하려 함이니라"(요 20:30, 31)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아들 되심과 그를 믿어 생명을 얻게 하심이 성경기록 이유이고 표적의 목적이다. 또한 기독교의 핵심 신앙고백이다.(마 16:16) 하나님 나라는 잔치와 같다.(마 22:2) 마지막 밤에 언약의 피로써 포도주를 마시더니(마 26:28) 이튿날 십자가에서 신포도주를 받으신 후 다 이루었다고(요 19:30) 선언하시고 돌아가신 예수님의 전 생애는 첫 표적과 깊은 고리를 가진다. 포도주가 끊어지면 잔치는 끝난다는 랍비의 말대로 그냥 파장이다. 죄악으로 잔치는 결렬되었다.(호 9:2) 율법주의 구약의 종교는(포도주가 떨어지므로) 초상집으로 끝났다. 가나의 포도주 표적은 요한복음에 나오는 7가지 표적 중 첫 번째로 드디어 천국건설을 선포하시는 징조요 개식 행사다. 유대인의 결례를 위한(6절) 돌 항아리의 물로 만드심도 율법을 온전케 하시는(마 5:17) 메시야의 출현을 선포함이다. 이 표적으로 예수님은 영광을 받으셨고 제자들이 구주로 믿게 되는(11절) 기반을 세우셨다. 예수님의 승천 이후에도 표적으로 말씀이 확실히 증거 되면서 많은 사람이 믿었다.(막 16:20) 물이 포도주로 변하는 신비스러운 표적은 지금도 줄기차게 일어난다.
문간에 있는 천한 물이 고급식탁으로 올라오는 위치의 변화(뱃놈에서 제자 신분이 되는 베드로), 씻는 물이 음료수로 바뀌는 용도의 변화(지탄받는 세리에서 성경기자로의 마태), 무색에서 붉은색으로 변하는 색의 변화(창녀 막달라 마리아가 성녀로), 밋밋한 물이 감미로운 맛을 내는 미각의 변화(딱딱한 율법의 사람이 감미로운 복음의 바울로), 값싼 물이 고가의 상품으로 변하는 가치의 변화(하찮은 양치기가 왕 다윗으로), 단순한 물(H2O, 수소2 산소1)에서 포도주(400가지 이상의 합성물)가 되는 질의 변화(살인자로 처형 받는 십자가상의 강도가 낙원의 천국 시민으로)가 터져 나온다. 물이 진정한 주인을 만나 얼굴이 붉어졌구나(시인)의 말대로다.
최상급 포도주의 출처를 어리석게도 연회장은 몰랐다. 땀 맺히며 일하던 하인들만이 그 비밀을 알았다. 손님들의 입장이 다 끝나서 손발 씻는 물은 더 이상 필요 없는데도, 붓고 또 부으라는 예수님의 명령에 순종한 투박한 일꾼들이었다. 불결한 항아리 물을 연회책임자에게 갖다 주라는 황당한 명령까지도 우직하게 복종한 그들만이 신비를 깨달았다. 예수님 탄생의 밤에 나직한 목자만 기쁜 소식을 알았던 것과 같다.(눅 2:20)
후줄근한 어부들의 복음이라고 마음껏 조롱한 종교전문가들, 의인들을 질근질근 밟으며 하나님과 양심을 깔아뭉갠 오만한 자들의 통곡이 콸콸 흘러내릴 날이 올 것이다. 조무래기 같은 것들이 촐랑거린다고 야비한 웃음을 지으며 큰 판을 주물렀던 높은 분들이, 죄를 껴안고 죽은 대가로 업신여김을 받게 될 날이 시급히 올 것이다. 짐승의 밥통, 천한 구유에 누이신 예수님보다 감히 높은 자리 택하지 마라. 복음을 위하여 자유인의 신분을 과감히 버리고 자발적인 종이 된(고전 9:19) 바울의 뒤를 따라야 산다. 못 생긴 나무가 산을 지키는 법이다.
할렐루야!
이동휘 목사(전주안디옥교회 선교목사, 사단법인 바울선교회 대표이사)